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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기타, 단편14

낙서 (1) : 낙서 그러니까 나는 아까 까지만 해도 여러 술잔 돌리기에서 기분좋게 놀던 중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 전 까지 내게 기대서 자던 아가씨를 등에 업고 아가씨의 술취한 말투와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다리를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직진, 직진, 쭉가요" "아, 예에. 계속 가면 되죠?" 나도 상대도 서로 기억 조차 못 하는 상황을 억지로 설명하는 것은 보통 열일곱배 정도 힘들거라 생각하고, 그냥 지금의 상황에 몸을 맡긴채로(정확히는 업은채로 이겠지) 투벅투벅 발걸음을 옮겼다. "나, 있잖아요. 너무 믿음직 한 느낌이 드는 사람은 처음이예요. 이렇게 업어주고 나서 이렇게 되고 나서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가 걱정이예요. 나 업혀서 가는거 처음이거든요. 나 한테 접근하는 남자들은 내가.. 2007. 5. 31.
토마토 저희 어머니는 고향이 경기도 이십니다. 그래서 말씀하실때 자주 경기도 사투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경기도 사투리는 미묘하게 표준어와 닮아 있기 때문에 구분하기 힘듭니다. 이를테면, "얘 아들아 밥 먹을거니?" 란 말을 "아들, 밥 먹는거?" 요렇게 바뀝니다. 좀 미묘하지요. 하루는 또 물으십니다. "아들, 밥 먹는거?" "안 먹는거." "그럼 도마도 먹어라." 아니, 어머니. 도마도 라니요. 토마토 아닌가요? "마이 마더-ㄹ, 토마토 아닙니까?" "도마도 먹어라" 하는 수 없지요.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토마토도 먹고 '도마'도 젊은 혈기로 씹어 먹겄슈. 그나저나 이빨에 끼겠다. 2007.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