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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3

낙서 (3) : 박신양 숙취가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타오르는 갈증 탓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어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거울 속의 내 얼굴엔 약간은 흐릿해진 빠알간 손자국이 뭔가를 자랑하는 훈장처럼 찍혀있었다. '젠장, 이게 뭐야...' 아픈 머리를 뒤로 하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 마시고는 햇빛이 들어선 창가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최근에 나타나버린 황사 탓인지 들이 마신 담배연기와 함께 한 움큼은 되게 느껴지는 먼지가 목구멍으로 빨려들어왔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이상하리만치 따사로운 햇살마저 나의 눈을 사정없이 찔러댓다. 날 욕하듯이. 어제 일을 되새겨 보면 아마도 어제 술 마시던 여자를 데려다 주고난 뒤에, 전화기가 울리고 아마 그 길로 술자리로 냅다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 2007. 6. 5.
낙서 (2) : 젠틀맨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것 같다. 약 6개월 전이었던가 친분이 있는 아이과 그 아이의 친구로 보이는 작은 계집아이와 술자리가 있었는데, 계속 눈치를 주더니 급기야는 많이 마셔 힘들다느니 여러 넊두리를 늘어놓다가는 결국 내게 털썩 안기고, 정작 나는 얼르고 달래고 그런 분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좀 내쪽에서도 좀 적극적으로 달래주고, 나중에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도 가르쳐 주고 했는데, 다음날 전화로는 기억이 안난다느니 뭐라하길래 다그치듯 물어보니 '그땐 그냥 꿈으로 남겨둘래요.'란 대답만이 돌아왔었다. 그후로도 비슷한 일들이 여러번 있었지만 결과는 항상 비슷했기에 술마신 여자만큼은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일어나요. 빨리 집에 가야지. 내일 일도 있잖아요." "으응. 나 다.. 2007. 6. 1.
낙서 (1) : 낙서 그러니까 나는 아까 까지만 해도 여러 술잔 돌리기에서 기분좋게 놀던 중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 전 까지 내게 기대서 자던 아가씨를 등에 업고 아가씨의 술취한 말투와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다리를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직진, 직진, 쭉가요" "아, 예에. 계속 가면 되죠?" 나도 상대도 서로 기억 조차 못 하는 상황을 억지로 설명하는 것은 보통 열일곱배 정도 힘들거라 생각하고, 그냥 지금의 상황에 몸을 맡긴채로(정확히는 업은채로 이겠지) 투벅투벅 발걸음을 옮겼다. "나, 있잖아요. 너무 믿음직 한 느낌이 드는 사람은 처음이예요. 이렇게 업어주고 나서 이렇게 되고 나서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가 걱정이예요. 나 업혀서 가는거 처음이거든요. 나 한테 접근하는 남자들은 내가.. 2007.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