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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

겨울엔 해가 늦게 뜬다.

by Like A Live 201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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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해가 늦게 뜬다.

여름 같았으면 다섯시에 신문을 정리할때 즈음에는
날이 파아랗고 바알갛게 달아오를 준비를 했는데.
요새는 그냥 깜깜하다.
그 앞에서 나도 같이 어영부영 해를 기다리다 보면
스물스물 바다위에 수증기가 가득차오르며 마치 구름위에 떠 있는것
같은 절경이 눈에 펼쳐지곤 한다.
매일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다음 하루를 생각하는 것이
어린시절에는 무관심이요. 젊은 시절에는 까마득한 날들의 성공과 좌절이요.
삼십대를 접어든 지금에 와서는 약간은 자리잡힌 듯한 미래의 틀이 보이는 것을 보면.
인생 그다지 헛 살은건 아닌 듯 싶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그다지 순탄하다거나, 즐겁다거나, 딱히 이게 좋다는 건 못느끼겠다.
어딜가나 사람 사는데는 똑같은 탓인지 원래 내 성격이 이런지. 자주 사람에 채이거나 한다.
며칠전에 한국인 가이드가 가이드 후에 손님들과 술자리에서 술에 많이 취했는데.
정신을 못 차릴 정도가 되어 로비에서 비틀비틀 거렸다.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면서.
난 십중팔구 이 사람 이거 회사 귀에 들어가면 짤리겠네 싶었던지라 되도록이면
손님들 눈에 안띄게 하려고 같이 들어온 다른 팀 가이드를 불렀지만,
온천을 즐기러 온 같은 팀 손님들 눈에 띄고 말았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손님들은 되려 오늘 하루 힘들게 가이드 했는데 좀 취할수도 있지 하며
술깨라고 바닷바람을 쐬라며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오손도손 이야기도 해주시고 그랬다.
난 잠시동안 적지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에 살면서 일하면서 내가 잃어버렸던 인간에 대한 애정은 저런게 아니었을까.
돈은 받으려 친절을 베풀지만, 책임에 있어서는 달아나기 위해 이런 저런 법을 만들고
그법이 되려 모두를 옭아매도, 옭아맴에 뒤쳐진 사람들을 나무라고.
법이나 제도보다 언제나 인간이 우선이 아닐까.
나중에 자라날 아이들에게도 같은것을 가르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아프거나 하지 않는 것일까.
여러번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밖에.

겨울에는 해가 참 늦게 뜨지만. 이 곳 일본에는 영영 해가 뜨지 않을지도 모를 한겨울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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