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10

단칸방의 블루스 사라세노 (2) "저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이 친구 또 이런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꽤 필사적이네. 타고난 잘생긴 외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시간동안 솔로로 지내오던 A군. A군은 그 탓을 가정의 엄격함 등등 말도 안되는 그런 이유로 돌리지만. 사실 A군에게는 컴플렉스가 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 대한 자신감의 부재. 학교생활 내내 놀고 마시고 미팅하기에 바빴던 나의 생활과는 달리 남중 남고를 우수한(그러니까 선생들이 보기에 좋았더라 싶은) 퀄리티로 졸업을 해온 그의 생활도 그의 연인 없음에 한몫 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무턱대고 껄떡쇠질이나 하려고 여자만 보면 달려드는 묘한 녀석으로 바뀌어 버린데는 아마도 그의 전 여자친구때문이 아닌가 생.. 2007. 6. 8.
단칸방의 블루스 사라세노 (1) 그렇면 그렇지. 8시를 조금 넘어가는 늦은시각, 2층에서 내려다 보는 골목의 풍경이 겨우 손가락 두개로 가려질 만한 조그만 곳에서 둔탁한 소리에 바라보게 된 내눈에도 약간은 시시한 일들이 보이고 있다. "오빠 어떻게 해!" "아 큰일이네, 일단 차를 좀 뺴보자" 여기서 아까와 같은 둔탁한 음이 한번 더. '덩!' 하고. "아 나 몰라~" 이건 뭐 웃기지도 않고. 자포자기한 둘은 차 사고낸 사람의 정석 포즈로 (에, 그러니까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왼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둔채로 상대편의 자동차를 가만히 쳐다보는 자포자기의 포즈) '어떻게'만 연신 되풀이 중이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변상하고 갈 길 가야지 뭐. 답답한 사람들아. 어째 답답한 일들만 자주 벌어지는 하루 하루들 덕분에 심심하진 않은데, .. 2007. 6. 8.
낙서 (3) : 박신양 숙취가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타오르는 갈증 탓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어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거울 속의 내 얼굴엔 약간은 흐릿해진 빠알간 손자국이 뭔가를 자랑하는 훈장처럼 찍혀있었다. '젠장, 이게 뭐야...' 아픈 머리를 뒤로 하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 마시고는 햇빛이 들어선 창가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최근에 나타나버린 황사 탓인지 들이 마신 담배연기와 함께 한 움큼은 되게 느껴지는 먼지가 목구멍으로 빨려들어왔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이상하리만치 따사로운 햇살마저 나의 눈을 사정없이 찔러댓다. 날 욕하듯이. 어제 일을 되새겨 보면 아마도 어제 술 마시던 여자를 데려다 주고난 뒤에, 전화기가 울리고 아마 그 길로 술자리로 냅다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 2007. 6. 5.
마지막 인사 녀석이 말을 꺼냈다. "그래. 이미 난 네게서 떨어져 나간 존재겠지. 그만큼 우린 짧지만 오랜시간을 함꼐 해왔고, 그동안 너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해왔다. 매번 너와 함께 하면서 내가 네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네게 호소하곤 했지만. 그때마다 내게 보여졌던 것은 너의 처절한 비명 소리 였어. 나를 불편해 하고, 나 때문에 가슴 졸여 왔었던 것 전부 사과할께. 하하. 이것도 내가 꼴에 하는 마지막 인사라니. 그래도, 하나 좋았던 것은 네가 아직 모든것들을 모를 정도로 순수할때 만큼은 날 제대로 바라봐 주었다는 것. 그땐 날 쓰다듬거나 하는 네 손길도 영원히 잊을수 없을거야. 나는 지금 사라지지만. 언젠가 네가 날 또다시 떠올리며 순수하던 때의 행복한 기억만이 오래오래 남았.. 2007.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