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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기타, 단편

낙서 (3) : 박신양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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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가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타오르는 갈증 탓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어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거울 속의 내 얼굴엔 약간은 흐릿해진 빠알간 손자국이 뭔가를 자랑하는 훈장처럼 찍혀있었다.

'젠장, 이게 뭐야...'

아픈 머리를 뒤로 하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 마시고는 햇빛이 들어선 창가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최근에 나타나버린 황사 탓인지 들이 마신 담배연기와 함께 한 움큼은 되게 느껴지는 먼지가 목구멍으로 빨려들어왔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이상하리만치 따사로운 햇살마저 나의 눈을 사정없이 찔러댓다. 날 욕하듯이.

어제 일을 되새겨 보면 아마도 어제 술 마시던 여자를 데려다 주고난 뒤에, 전화기가 울리고 아마 그 길로 술자리로 냅다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는.
.
.
.


돌아간 술자리에는 술이 자신을 채우지 못해서 더 채우고픈 굶주림에 한 병 더를 제창하는 형들과 이미 술에 정신이 난도질 되어 집에 가고파 하는 아가씨 두명이 갈팡질팡 하며 머릿속으로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듯 고개를 빙글 빙글 돌리고 있었다.

"아, 나 못마셔 언니 우리 나가자."

모든 레이스 중에는 항상 이탈하려는 심리가 존재한다. 내가 2년 조금 넘을 동안 몸 담았던 군대도 마찬가지 였고.

"잠깐만 있어봐 이야기좀 하고"

내가 보기엔 이야기를 할 만한 상태는 아닌데 말이지. 그냥 집에 가라 나도 집에 가서 영화나 한편 때리고 잠좀자게.

"아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나 먼저 갈래."

자리를 일어서는 그녀를 향해 당연하듯이 성난 군중들의 외침이 시작됬다.

"아 왜요! 더 있다가 가요. 야 잡아!"
"아 싫다니까아! 가게 좀 둬요오."
"야야, 게좀 앉혀봐아!"

형들의 표정도 있고 이 자리에서 막내라는 입장도 함께 했기에 왠지 뿌리치여 집에 가려고 하는 그녀를 억지로 앉히며, 무슨 말을 하는게 좋을까 싶어 이전 당구장 윗집에 사는 아는 동생집에서 날밤을 세워가며 본 '약속'에서의 박신양의 대사가 떠올리며 또 한차례 내뱉었다.

"남한테 받지도 못하는 사람은 반대로 주지도 못하는 법이예요 앉아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일그러진 눈썹이 내 시선을 스쳐 지나갔다.

'짝! - '

겨우 열평 남짓한 포장마차안에서의 성난 군중을 잠재울만한 잠깐 동안의 상쾌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한심한 뭔가를 보는 시선들.

'박신양따윈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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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5일 7:33에 쓴 소설의 복원 및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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