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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기타, 단편

단칸방의 블루스 사라세노 (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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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면 그렇지.
8시를 조금 넘어가는 늦은시각, 2층에서 내려다 보는 골목의 풍경이 겨우 손가락 두개로 가려질 만한 조그만 곳에서 둔탁한 소리에 바라보게 된 내눈에도 약간은 시시한 일들이 보이고 있다.

"오빠 어떻게 해!"
"아 큰일이네, 일단 차를 좀 뺴보자"

여기서 아까와 같은 둔탁한 음이 한번 더. '덩!' 하고.

"아 나 몰라~"

이건 뭐 웃기지도 않고. 자포자기한 둘은 차 사고낸 사람의 정석 포즈로 (에, 그러니까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왼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둔채로 상대편의 자동차를 가만히 쳐다보는 자포자기의 포즈) '어떻게'만 연신 되풀이 중이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변상하고 갈 길 가야지 뭐. 답답한 사람들아.
어째 답답한 일들만 자주 벌어지는 하루 하루들 덕분에 심심하진 않은데, 하루에 몇번 있지도 않는 이른바 창문에 기대어 밖을 내려다 보며 담배를 물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몇안되는 나의 행복거리가 방해가 된다는 거지. 나서줄까. 말까나. 하는 심정으로 한번 당사자들을 멀찌가니 바라보았다.
흔히 입는 옷들을 걸친 -남자는 파스텔 톤보다 조금 짙어서 상투적인 느낌을 더욱 심하게 주는 파란 폴로티에 그다지 매리트 없어보이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여자는 끈으로 어깰 걸친 헐렁한 탱크탑에 반바지 같은걸 걸친것으로 보아 둘은 방금 집에서 나온 연인이거나 하는 그런 느낌으로의- 그 둘은 뭐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이 무리로 지어놓으면 누가 누군지 구분못할 얼굴에 상투적인 포즈로 서 있던 것이 드디어 -드디어다 드디어. 난 이미 한개피를 다피고 다음 개피 째란 말이다- 차 두대의 주인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저^*$&#^%%^$&.."

그 뒤는 뭐 불보듯 뻔한게 아닌가. 또다른 상투적인 난처하면서도 화가난 표정의 아저씨가 몸소 뛰쳐나와 변상에 대한 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자신의 차의 역사에 대해 읇어대고, 상대방은 가만히 그 역사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고 '죄송합니다'만 연신 반복하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겠지뭐.

가만.. 가만 생각해보니 조금 불쌍하잖아. 어쩌면 내 이야기와도 닮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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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12일 04:11에 쓴 소설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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