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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기타, 단편

낙서 (2) : 젠틀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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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것 같다.
약 6개월 전이었던가 친분이 있는 아이과 그 아이의 친구로 보이는 작은 계집아이와 술자리가 있었는데,
계속 눈치를 주더니 급기야는 많이 마셔 힘들다느니 여러 넊두리를 늘어놓다가는 결국 내게 털썩 안기고, 정작 나는 얼르고 달래고 그런 분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좀 내쪽에서도 좀 적극적으로 달래주고, 나중에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도 가르쳐 주고 했는데, 다음날 전화로는 기억이 안난다느니 뭐라하길래 다그치듯 물어보니 '그땐 그냥 꿈으로 남겨둘래요.'란 대답만이 돌아왔었다.
그후로도 비슷한 일들이 여러번 있었지만 결과는 항상 비슷했기에 술마신 여자만큼은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일어나요. 빨리 집에 가야지. 내일 일도 있잖아요."
"으응. 나 다왔어, 나 안고 싶지 않아요? 정말?."
"..."

아. 이 여자, 사람으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잘 알지 못하는 여자를 안는다는 것은 그래 본 경험이 없는 나에겐 무한한 용기를 필요로 하게 하는 일이다. 섹스란건 항상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고있는 것도 한몫하고 말이다.
무슨일이든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 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를 필요로 하겠지마는 일단 그걸 떠나서 나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 자체로 나도 조금은 팔리는 스타일이구나 하는 안도감과 용기를 얻어주기도 하고, (물론 그녀가 업혀 가면서 내게 한 찝적질이 -그러니까 가슴을 주무르던가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다던가, 하는,- 자신을 갈팡질팡 하게 만든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으로써는 이 내게 엉기고 안아달라고 호소하는 여자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얼마든지 거절 할 수 있는 (그러니까 난 젠틀하다는 핑계를 빌미삼아) 기회는 남아있었으므로 나는 주저없이그쪽을 택했다.

"아니예요. 내일 술깨서 나를 기억해 준다면 그걸로 좋아요. 날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잖아요. 항상 그 가게에서 기다리니까."

내가 생각해도 난 낯 뜨거운 말을 잘도 주절거린다.

"한번만 안아줘요. 집앞이니까."
"아,예에."

나는 젠틀맨쉽을 최대한 이끌어 내서 그녀의 브레이지어가 내 가슴에 닫는 감촉들을 억지로 무시하고 그녀를 좋은 오빠인냥 등을 살짝 토닥여줬다. 그러면서 멘트,

"많이 힘들었죠."
"으응, 나 이제 갈래, 나중에 가도 또 볼 수 있는 거죠?"
"물론이죠. 가게에서 기다릴게요."
"으응.... 안녕"

그녀가 들어가는것까지 서서 기다린 뒤에 (빌어먹을 젠틀맨 쉽) 나는 왔던길을 되돌아 뛰어왔다.
참 묘하게도 업어가고, 등두들기고 할때도 안 울리던 전화가 이제서야 울리기 시작했다.

'Every time I feel it I was walking on the street~'

UMC의 좀 철지난 힙합이 조용한 거리에 나즈막히 울려퍼진다. 땀흘린 나를 위로하듯이.
나는 주머니의 담배를 뒤적거리며 전화기를 빼들었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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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6일 16:37에 쓴 소설의 복구 및 수정.
글은 항상 상상마당에 선 게제 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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